막 중 2를 시작한 시크한 00이는 엄마가 왜 나를 불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성적도 이만하면 됐고 살아갈 방향도 뻔한데 뭐가 더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고...
궁금한 것도 없고 성적을 더 올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었어요.
"그냥 이렇게 살다가 적당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낳고 키우고 살겠죠.
엄마처럼요... 그런데 뭐하러 아등바등 열심히 해요?"
빙고~ ㅎㅎ 사는게 다 그렇죠?
제 생각에도...
그런데 우린 왜 다르게 산다고 생각할까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가졌던 생각을 중2가 그대로 말해서 좀 놀랐습니다.
역시 요즘 아이들은 빨라요~~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년이 더 지난 지금 나는 너무나 달라져있고
그땐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을 만나 지금 여기 입니다.
그 날 부턴 학습코칭 시간보다 제가 살아 온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긴 날도 있었네요.
아이는 조금씩 달라졌고 푸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어요."
"왜?"
"자꾸 공부 그만하고 놀자고 해요. 무리하면 병난다 그러고..."
그 사이 아이는 목표대학교와 전공, 직업을 결정하고 그 학교까지 구경하고 왔습니다.
학교를 가보고 더 확고해졌다고. (어머니는 학교 완전 구식이고 후지더라고 하시던데요..ㅎㅎ)
00아~ 우리 그만 헤어져도 되겠다!!!
코칭을 시작하고 9개월쯤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100등 부근이던 아이는 그때 36등 성적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자기주도학습코치로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6개월이 더 지났습니다.
오늘은 고입시험 준비- 이번 방학이 중요하다고 잔소리 하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 지내? 기말은 어땠어?
이 무슨 삭막한 안부냐구요?
우리 이런 사이예요~~ ㅋㅋ
잘 지내요. 선생님! 기말요? 이번에 21등 했어요.
성적이 자꾸 올라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해요.
1학년때 성적이 너무 낮아서 속상하지만... 뭐 할 수 없죠.
고입시험 공부 계획이랑 대책세우고 시작했어요.
잔소리 할 사이도 없이 아이가 먼저 공부플랜이며 부족한 과목 대책까지
줄줄 읊어댑니다.
00아~
진~짜 고마워!!!
왜요? 뭐가요, 선생님? 제가 고맙죠... 히히!!!
저는 뭐가 고마운걸까요? 이 기분! 동료 코치님들~ 아시죠?
경주학습코치 주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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