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라기 보단 현재 진행형 이야기입니다.
진행형이라기 보단 이제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이제 여섯 번 만난 인정이(실명은 아니예요)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최초 상담일 부터 치면 일곱 번 만났지만 저는 아직 인정이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최초 코칭 시작도 특이합니다.
어머니는 코칭을 위해 미팅이라도 한 번 했으면 하셨지만 인정이는 강력하게 거부했습니다.
선생님 데려올거면 외출할 거라고...
그냥 포기하기엔 어머니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워서 아이 몰래 무작정 집으로 갔습니다.
1시간.. 저 혼자 원맨쇼?를 하고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말하고
헤어졌습니다.
내심 연락이 안 왔으면 했던것이 그때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1시간 내내 한 마디도 안하고 표정 변화조차 없던 아이... 험난한 코칭의 길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오전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고 처음으로 주말 아침에 주방으로 나와 가족과 함께 아침밥을 먹었다구요.
뭐라고 하신거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리곤 저를 만나겠다고 했다고...
반갑기도 무섭기도 한 문자였습니다. ^^
저는 진로코칭을 먼저 시작하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학습코칭만을 원하시는 터라 조금은 더
어려운 출발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6회차 코칭. 인정이는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 주에는 아예 멍~한 상태로 제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더군요.
그냥 멍한 상태가 아니라 의도적인 멍한 상태를 혹시 구분하시나요?
전 제가 자주 그런 적이 있어서 멍의 차이가 보입니다만....
학습코칭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오늘은 몇가지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 뭔가 문제가 생긴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사실 학습코칭이 의미가 없을것 같아 중단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연이 길지만 모두 쓸 수는 없구요.
공부가 아니라 친구관계때문에 다니고 있는 학원을 성적부진을 이유로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키셨더군요.
표면적인 멍?의 이유는 학원중단이었습니다만 더 깊은 곳에서 시작된 인정이의 방황.
오늘 명확하게 인정이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쓸쓸해졌습니다.
코칭을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와 어머니와 대화.
<어머니.. 인정이를 사랑하세요?
그럼요!
어머니 딸이어서요?
네!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는요?
아뇨. 선생님..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는 사랑할 수 없어요.
얼마나 차갑고 정없는 아이인지 모르시죠? 그런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순 없어요.
그저 내 딸이니까 사랑해야 되는 거죠...>
아이는 지금 세상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인정이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상태인지 알고 안타까워졌습니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서 벽을 느낍니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이해해주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코치님들~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내 아이부터...
있는 그대로의 독립체로서 아이를 사랑하는지요?
공부 잘해서, 예뻐서, 잘 생겨서, 착해서, 말 잘 들어서, 내 자식이라서 사랑하는지요?
공부 잘해서, 예뻐서, 잘 생겨서, 착해서, 말 잘 들어서
--> 옆집 아줌마도 이런 이유로 내 아이를 예뻐합니다.
내 자식이라서 --> 이건 자신을 사랑하는 거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 엄마,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못생겨도, 모자라도, 엇나가도, 잘못해도...
이해하고 믿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일은 <남>은 못하는,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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